최민호 세종시장이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내는 '해수부 이전 방침 재고' 공개서한을 발표하고 있다.


최민호 세종시장은 7일 오전 시청 정음실에서 '해수부 이전 방침 재고'에 대한서한문을 발표하는 기자 회견을 열었다.

다음은 서한문 전문이다.

세종시장이 대통령님께 드리는 공개 서한문

이재명 대통령님께 올립니다.
대통령님, 저는 세종특별자치시장 최민호입니다.

우선 국민의 뜻을 받들어 국정운영에 힘쓰시는 대통령님의 노고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저를 비롯한 40만 세종시민도 국정 혼란을 딛고 써 내려갈 통합의 새 역사에 큰 기대와 희망을 걸고 있습니다.

최근 새 정부의 정책 중에서 해양수산부의 부산 이전 방침에 대해 국민들 사이에 많은 논란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주된 논란은,
왜 해양수산부가 세종시를 떠나 부산으로 이전해야 하는지,

그것이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어떤 효과를 가져올 것인지,

행정수도 완성과는 정책적 정합성을 가질 수 있는지 등에 관한 것 같습니다.

저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대통령님께서 해수부 이전 공약을 발표한 직후, 국정 비효율성 등 문제를 제기하면서 재고해 주실 것을 기자회견을 통해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그 후 대통령님께서 당선되시고, 취임 직후 열린 국무회의에서 해수부 조속 이전을 지시하신 것에 대해서도 같은 이유를 들어 그 지시를 철회해 주실 것을 정중히 요청드렸습니다.

또한 이를 즉시 실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전재수 장관 후보자에게는 이에 관한 공개토론을 제안한 바 있습니다만, 아직 이에 대한 답변을 듣지는 못하였습니다.

그런 와중에 7월 4일 대전에서 ‘충청의 마음을 듣다’라는 대통령님과 충청권 주민과의 타운홀미팅이 열린다는 소식을 접하고, 그 자리에 참석하여 공개적으로 여러 의견을 말씀드릴 생각이었습니다.

6월 25일 개최된 ‘호남의 마음을 듣다’라는 광주 타운홀미팅에는 광주시장과 전남지사가 초대되어 여러 가지 말씀을 나눈 사실을 상기하였던 것입니다.

그러나 대전의 이 행사에 충청권 4개 시도지사는 누구도 초청을 받지 못하여 말씀드릴 기회마저 얻지 못하였습니다.

이에 대통령님께 해수부 이전에 관한 저의 생각을 진솔하게 말씀드리고, 감히 대통령님의 답변을 듣고자 이 서한을 준비하였습니다. 대통령님의 너그러운 혜찰 부탁드립니다.

이재명 대통령님!

저는 북극항로 개설이나 미래의 해양강국 실현이라는 대통령님의 비전에 대해 전적으로 공감하며 지지합니다. 또한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 부산뿐만 아니라 전국의 지방도시가 고루 발전되기를 진심으로 고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핵심 해법이 해수부를 단독으로 떼어내 부산으로 이전하는 것은, 기대되는 득보다 예상되는 실이 더 클 것이라고 우려합니다.

저의 생각이 짧을 수도 있어, 저는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질의를 통해 대통령님의 고견을 여쭙고자 합니다.

첫째, 해수부의 부산 이전이 북극항로 개설과 해양강국 실현이라는 다음 세대의 먹거리를 마련한다는 중요한 국가 목표 달성에 오히려 비효과적이고, 국정 비효율과 낭비를 초래한다는 우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행정수도는 정부부처 간 유기적인 협업을 통해 국정 전반을 조율하고 결정하는 국정운영의 최상위 공간입니다. 대통령과 국회, 정부부처가 머리를 맞대고 국가의 중요한 정책을 최종결정하는 곳이라는 점에서 대한민국의 운명과 미래가 이곳에서 좌우된다고 할 것입니다.

그리고 국민 생활에 직결되는 당면 현안 과제일수록 그 협의와 결정은 신속히, 그리고 긴밀히 이루어져야 할 것은 두말할 것도 없을 것입니다.

북극항로 개설과 같은 사안은 현재 러시아를 비롯한 캐나다, 미국, 일본, 영국과 네덜란드 등 세계 각국이 항로 개척과 항구 개발에 해양 수산 분야뿐만 아니라 외교, 환경 등 국가 역량을 총망라한 대응 전략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후발주자인 우리가 이들을 따라잡으려면 해수부, 외교부, 환경부, 산자부 등 부처 간 긴밀한 협의는 물론, 대통령님과 지근거리에 있으면서 시기를 놓치지 않는 대통령님의 관심과 결심이 대단히 중요할 것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정부 정책의 중추 기관이 입지한 현재의 세종시에 해수부가 그대로 위치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보는 것입니다.

오히려 해수부의 정책 조정기능은 세종에서 더욱 강화하고, 북극항로 개설에 따른 새로운 조직과 연구기관 또는 국제 협의기구를 부산이나 다른 해양 도시에 설치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인 방법 아닐까요?

이에 대한 대통령님의 고견을 듣고 싶습니다.

둘째로는 해수부의 부산 이전이 대통령님께서 지난 대선 과정에서 국민들께 약속하신 행정수도 완성 공약과 배치되지 않는, 어떤 정합성을 갖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대통령님께서는 사회적 합의라는 단서로 걸기는 하였지만 대통령실과 국회의 세종 이전을 공언하셨습니다. 21대 대선에서 대통령님의 10대 공약 중 6번째가 행정수도 완성이었습니다.

행정수도 완성은 대통령실과 국회, 그리고 모든 중앙부처의 세종 이전을 의미하는 것으로 새기고 있습니다만, 아직 이러한 행정수도 완성에 관한 정부의 구체적인 로드맵이 제시된 바는 없습니다.

저는 대통령께서 취임하신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시간이 더 필요한 사안이고, 헌법 개정이라는 지난한 과정도 거쳐야 하는 만큼 쉽지 않은 절차라는 것을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유독 해수부의 부산 이전 공약만큼은 너무 성급히 추진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습니다.

무엇보다 행정수도 완성이라는 국정과제와 배치되지 않는 정책적 정합성은 갖춘 것인지, 절차상의 합당성은 구비한 것인지, 정책 내용 간 상호 모순은 없는지 실로 궁금합니다.

국가든 지방이든 정책은 일관되고, 상호 모순이 없을 때 정책목표가 달성될 수 있고 시너지 효과도 날 것입니다.

대통령님의 행정수도 완성이라는 비전과 해수부 부산 이전이라는 방향이 각각 다른 정책이 어떤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여 국가 경쟁력에 도움이 될 것인지, 배움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셋째, 대통령님께서는 해수부 부산 이전이 어려운 부산의 경제 활성화에 목적이 있음을 지난 기자회견에서 밝히셨습니다. 이에 관하여 여쭙겠습니다.

작금, 국가 및 지역경제는 전국 어디 할 것 없이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부산 지역도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경제적 어려움이 있어 정부에 대해 여러 가지 건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경제를 살리는 것이 어찌 그리 간단하고 쉬운 일이겠습니까마는, 바로 이렇게 어려운 경제적 난국 때문에 국민들이 금번 대선에서 대통령님을 지지하고, 아울러 큰 기대를 하고 있다고 믿습니다.

보다 더 획기적이고 혁신적인 경제 활성화 정책을 국민들은 기대하고 있는 것입니다.

부산 경제를 살리기 위해 세종에 있는 해수부를 이전하는 것이라면, 해수부가 있던 세종이나 충청 지역의 경제는 도외시되어도 문제가 없다는 것인지 강한 의문이 듭니다.

참고로 세종시의 상가공실률은 전국 최고 수준입니다. 중대형 상가 네 곳 중 한 곳은 비어 있는 25.2%(전국 평균 13.2%)이고, 세수가 줄어 ‘24년에는 전년 대비 마이너스 예산을 편성한 바 있습니다.

저는 만약 부산 이전을 선례로 각 지역이 경제를 살리기 위해 중앙부처를 이전해 달라는 요구가 있을 경우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두렵습니다.

이미 전남도는 기후에너지부 유치를 요구하고 있고, 경남도에서는 산자부와 중기부의 이전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지역 경제가 어려운 정도에 따라 각 중앙부처를 이전시켜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킬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습니까?

정부부처가 이전함으로써 감내해야 할 국정 비효율이라는 비용과 떠나게 되는 지역의 경제적 손실을 고려한다면 쉽게 결정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차원에서 해수부의 부산 이전은 신중한 논의를 거쳐 결정해야 할 것이며, 자칫 사회적 형평성 논란을 불러일으켜 지역 간 갈등을 초래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입니다.

이에 관한 대통령님의 진심 어린 답변을 기대합니다.

넷째, 해수부의 부산 이전 시기를 꼭 연내로 못 박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알고 싶습니다.

저는 국정기획위원회가 이 사안에 대해 논의를 시작하기도 전에, 대통령님께서 직접 해수부 이전 시기를 연내로 못 박으신 점에 대해서 매우 의아하게 생각합니다.

북극항로 개척이나 부산 지역경제 활성화가 해수부 이전을 연내에 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화급한 사항입니까?

오히려 이러한 성급한 결정이 해수부 직원들의 동요나 준비 부족으로 업무의 공백이나 차질을 초래할 염려는 없겠습니까?

해수부 직원과 가족들에게 미칠 혼란은 실로 심각합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해수부 직원의 86%가 이전에 반대하고, 47%가 이직을 생각한다고 합니다.

한 가정이 다른 지역으로 이사할 경우에도 1, 2년 전부터 가장과 가족의 앞날을 생각하며 고심하며 결정합니다.

자신이 살고 있고, 살아야 할 거주이전의 자유는 헌법에서도 보장되는 삶의 중요한 요소입니다. 아무리 국가를 위해 봉사해야 하는 공직자라 하더라도 그들 개개인의 기본 생활권은 자유권으로서 보장받아야 할 것이며 충분한 배려와 준비기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못할 경우, 해양강국 실현에 매진해야 할 해수부 직원들의 사기는 극심하게 저하될 것이 분명합니다. 이는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는 문제이며 결코 바람직하지 못한 현상입니다.

이재명 대통령님!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 대한민국의 지리적 여건을 고려할 때 해양수산 정책의 중요성은 두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그러나 그럴수록 해양정책의 주관 부처는 어느 한쪽에 치우친 곳이 아니라 국토의 중심에 위치해야 합니다.

전국 각 지역이 손쉽게 왕래하며 서로 협의할 수 있어야 동해와 서해, 남해가 고르게 성장할 수 있습니다.

해수부 본부는 세종에 위치하면서 기구와 예산, 인력을 증강해 현장과 조화시킬 때 대통령님께서 추구하는 해양강국의 이상이 실현될 수 있을 것이라 굳게 믿고 이를 고대합니다.

더불어 ‘충청은 이미 혜택을 많이 보았으니 해수부 이전을 이해할 것’이라는 취지의 말씀도 송구스럽지만 거두어 주시기를 바랍니다.

국가 발전과 행정수도 완성을 향한 충청인들의 헌신이 지역주의에 근거한 이기심으로 매도되어 충청인의 자존심이 크게 훼손될 수 있는 말씀으로 들릴 수 있습니다.

행정수도 세종은 단순한 지역도시가 아닌 국가 행정의 심장부입니다.

국가 운영의 효율성 확보와 미래세대를 위한 진정한 균형발전을 위해, 해수부의 부산 이전 방침을 재고해 주시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대통령님의 진정 어린 답변을 정중히 요청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25년 7월 7일

세종특별자치시장 최민호 올림

이승원 세종시 부시장이 이 대통령에게 보내는 공개 서한문을 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