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숙 세종FM 국장

우리는 지금, 눈앞에 보이지 않는 거대한 파도와 마주하고 있다.

그것은 전쟁도, 재난도 아니다. 그러나 그 어떤 위기보다 우리 사회를 깊숙이 흔들고 있는 문제 바로 저출산과 고령사회가 몰고 오는 인구소멸의 파도다.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점점 사라지는 마을은 불이 꺼진 채 방치된 교실이고 해가 지면 텅 비어버리는 골목길 이런 모습은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 우리의 주변에서 현실이 되어버렸다. 출산율은 바닥을 치고 젊은이들은 도시로 떠나고 농촌과 지방의 인구는 가느다란 실처럼 끊어져 가고 있다. 반면 평균 수명은 길어져 고령인구는 점점 늘어난다.

노인들만 남은 마을에서 들려오는 바람소리가 쓸쓸히 전해주는 현실은 우리 모두의 내일을 비추는 거울이다. 인구가 줄어든다는 것은 단순히 사람의 수가 줄어드는 문제가 아니다. 경제가 무너지고 마을이 사라지고 공동체의 온기가 식어가는 일이다.

아이들의 발자국 소리가 사라진다는 것은 곧 우리의 희망이 사라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세대와 세대가 이어지지 않는 사회, 미래를 잃어버린 사회는 결국 그 뿌리마저 흔들릴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는 인구교육강사로 서게 된 사명감을 더 크게 느낀다. 단순히 강의실에서 수치를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이 위기를 자신의 이야기로 받아들이게 해야 한다. 저출산과 고령화 그리고 인구소멸의 심각성을 알리고, 작은 실천이 모여 변화의 물결이 되도록 돕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다.

우리가 가야할 길은 결코 쉽지는 않다.

그러나 누군가는 이야기로 이 위기의 무게를 전해야 한다.

그 시작이 바로 교육이고 또 나 자신부터의 작은 깨달음이다. 한 아이가 태어나는 기쁨, 이젠 한 마을이 지켜내는 가치, 한 사회가 미래를 이어가는 의미를 되새기며 나는 오늘도 걸어가고자 한다.

인구강사 교육을 받으며 나는 새로운 눈을 떴다. 총 12강, 8월에서 10월까지 이어진 긴 여정은 단순한 교육의 과정이 아니었다. 그 시간은 나를 성찰하게 하고, 동시에 이 시대를 살아가는 한 기성인으로서의 책임을 일깨워 주는 길이었다. 매 강의마다 느껴지는 무게는 단순한 지식의 전달이 아니라, 내 삶의 태도를 바꾸는 울림으로 다가 왔다.

성남시에 이어 세종시가 전국에서 발 빠르게 인구교육을 시민들에게 열어 놓았다는 사실은, 세종시가 지닌 진취적인 기상을 다시금 느끼게 했다. 단순히 앞서가는 모습에 머무르지 않고, 시민을 품고 함께 미래를 고민하는 도시의 정신이 교육 현장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그 안에서 나는 자연스레 소속감을 느꼈고, 강사로서의 자부심과 함께 묵직한 책임감이 마음에 내려앉았다.

교육을 마치고 나면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초·중·고등학교로 배치되어 인구교육을 펼치게 된다. 단순히 교단에 서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마음속에 시대의 흐름을 읽는 눈과 미래를 준비하는 지혜를 심어 주어야 한다는 사명감이 나를 다 잡는다. 나 또한 이 땅의 한 부모 세대이고, 사회의 일원으로서 무심히 지나칠 수 없는 과제를 마주하고 있음을 절실히 느낀다

함께 교육을 받은 15명의 강사들은 서로의 마음을 나누며 사명감으로 똘똘 뭉쳤다. 심각한 인구 소멸의 현실 앞에서, 우리는 단순한 경각심을 넘어 더 세밀하고 논리적인 방식으로 시민과 학생들에게 다가가야 한다는 생각에 뜻을 모았다. 누군가에게는 이 일이 작게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작은 불씨 하나가 세상을 바꿀 수 있듯, 우리의 교육 또한 누군가의 인생과 사회의 방향을 바꾸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이 우리를 지탱한다.

돌아보면 이 선택은 단순한 ‘교육 참여’가 아니었다. 삶의 무게를 다르게 바라보게 한 귀한 기회였고, 내 앞날을 더 깊이 생각하게 만든 계기였다. 이제 나는 강사라는 이름 앞에서 자부심과 동시에 한 점의 부끄러움 없는 길을 걸어가고자 한다. 이 시대가 요구하는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내 몫의 역할을 다할 것을 조용히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