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숙의 시선
2023년을 사는 세종의 여성들에게 이 시대의 여권통문은 무엇인지 묻는다.
세종우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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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01 19:39 | 최종 수정 2023.09.01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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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평등주간이다
1898년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인권선언문인 ‘여권통문(女權通文)'이 발표된 날인 9월 1일을 법정기념일로 제정(2019년 11월 26일) 하면서, 지난해부터 종전에 7월1일부터 7일까지였던 양성평등주간을 ‘여권통문 날(9월 1일)'을 포함해 9월 1일부터 양성평등주간으로 기념하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125년 전 9월 8일 황성신문 1면에 실린 담대한 내용의 여권통문 발표로 세상이 어찌 잘못이나 될 듯 시끄러웠다고 한다. 당시 가부장적인 사회구조로는 상상도 못 할 내용이었다. 여성들의 요구가 기가 막혔던 신문은 ‘하도 놀랍고 신기한 일'이라고 설명을 달았을 정도다.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인권 선언문을 황성신문 1898년 9월 8일 자 1면 현대어판 일부 내용을 발췌해본다
“우리 여인들은 일양 귀먹고 눈 어두운 병신 모양으로 구규(舊閨)만 지키고 있는지 모를 일이로다. 혹자 신체와 수족과 이목이 남녀가 다름이 있는가. 어찌하여 병신 모양 사나히의 벌어주는 것만 먹고 평생을 심규에 처하여 그 절제만 받으리오. (중략) 우리도 혁구종신하여 타국과 같이 여학교를 설립하고 각각 여아들을 보내어 재주와 규칙과 행세하는 도리를 배워 장차 남녀가 일반 사람이 되게 할 차 여학교를 설립하오니… -대한 광무 2년 9월 1일- 통문고표인(通文告表人) 이소사, 김소사.' ”
제대로 이름도 없이 김소사, 이소사로 불린 서울 북촌의 두 여성이 낭독한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인권선언문 일부다.
여성이 일하고 돈 벌어 독립하려면 먼저 배워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여학교를 설립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여기 선언문 발표 연도에 의미를 더할 것이 있다.
한국 여성들이 외쳤던 이 ‘여권통문'은 1908년 3월 8일 미국 여성 노동자들이 “우리에게 빵과 장미를 달라”며 뉴욕 릿거스 광장에 모여 궐기했던 것보다 자그마치 10년이나 앞선 것이다.
성별에 차별 없이 누구든 하고 싶은 공부를 하고, 노동할 수 있고 또 돈을 벌어서 자유롭고 독립적인 삶을 살 기회를 갖는 것은 인간의 기본적이고 보편적인 요구다. 125년 전 봉건주의가 뿌리 깊었던 당시로는 발칙하게 여겼을 여권통문을 돌아보는 양성평등주간, 코로나 19로 인한 일상과 사회의 변화 가운데 2023년을 사는 세종의 여성들에게 이 시대의 여권통문은 무엇인지 묻는다.
성별에 차별 없이 누구든 하고 싶은 공부를 하고, 노동할 수 있고 또 돈을 벌어서 자유롭고 독립적인 삶을 살 기회를 얻는 것은 인간의 기본적이고 보편적인 요구다. 광고 속에서, 영화나 드라마 등의 미디어 속에서 그리고 교과서 안에서 여전히 성별 고정관념을 재생산하고 있는 것은 없는지 말이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노동, 고용환경, 돌봄, 무수한 폭력 등 다양한 측면에서 우리는 안전하고 평등하신지 그녀들의 안녕을 다시 묻는다. 변했다고, 달라졌다고 하는 세상 속에서 진정한 성 평등은 어디만큼 왔는지 차이가 차별이 되는 것은 없는지도 궁금하다.
우리 사회 곳곳에 남아 있는 차별과 폭력을 없애고 남성과 여성이 다양한 분야에서 차별 없이 진출하고 조화로운 발전을 이루며 정당하게 대우받는 세상이 더 좋은 세상이고 성평등한 세상이다. 그런 세상이어야 참담한 저출산과 여성 경력단절, 성별 임금 격차, 아동 청소년 성 착취 문제 등을 해결하는 문이 될 수 있다. 내일까지가 양성평등주간이다.
나와 이웃의 삶 속에서 성평등한 세상이 과연 어디까지 왔는지 무엇이 더 필요한지 차근차근 짚어볼 일이다.
국 관습타파 국립무용단 <여자야 여자야>
양성주간에 때맞춰 세종예술의 전당에서 기획한 국립무용단 ㅣ여자야 여자야ㅣ공연이 안은미세계적인 현대 무용가의 무용극이 펼쳐진다.
관습을 타파하는 파격적인 비주얼작품으로 세계무대를 누비는 안은미는 세대, 성별 문화 등을 다양한 기준으로 범주화되는 사회와 이를 구성하는 사람들을 탐구해왔다.
그녀의 인류학적 호기심과. 질문을. 이번 신작 <여자야 여자야> 에서는 과거를 살았던<신여성> 들에게 던져본다.
안은미 특유의 속도와 무게를 가지고 노는듯한. 움직임과 화려한 무대연출이 60분간 쉼 없이 펼쳐진다니 그 의미가 새롭게 느껴진다.
세종 여성들과 함께 춤을 통한 여성들의 애환을 보며 지금의 우리를 존중과 배려로 춤을 통해 위안하기를 바래본다.
함께 일하고, 함께돌보는, 양성평등세종
우리 세종시 사회 곳곳에서도 양성평등주간 기간에 “함께 일하고, 함께 돌보는, 양성평등 세종”의 주제로 9월 2일(토) 세종호수공원(중앙공원광장) 기념행사, 시민 포럼, 노동법 특강, 성 인권 영화제, 작은 음악회, 역사탐방 여성의 길, 양성평등작품 공모전 수상작 전시, 등 다채로운 행사를 한다. 남아 있는 차별과 폭력을 없애고 남성과 여성이 다양한 분야에서 차별 없이 진출하고 조화로운 발전을 이루며 정당하게 대우받는 세상이 더 좋은 세상이고 성평등한 세상이라고 본다. 그런 세상이어야 참담한 저출산과 여성 경력단절, 성별 임금 격차, 아동 청소년 성 착취 문제 등을 해결하는 문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세종시에서 내일까지가 양성평등주간이다.
오늘은 나와 이웃의 삶 속에서 성평등한 세상이 과연 어디까지 왔는지 무엇이 더 필요한지 차근차근 짚어볼 일이다.